내가 즐긴 게임의 일부 수익이 한국 문화재 환수에 쓰인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글로벌 게임사 라이엇게임즈의 대표 IP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이용자들은 이미 10년 넘게 이런 경험을 해오고 있습니다. 라이엇게임즈가 국내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누적 100억 원을 기부하며, 단순 사회공헌을 넘어 게임 IP 전략과 맞닿은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라이엇게임즈가 지난 2일 열린 ‘2025 문화유산 지킴이 후원협약식’에서 국내외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8억 원을 후원했다./ 사진출처=라이엇게임즈


12년간 이어진 후원…누적 100억 원 돌파

라이엇게임즈는 3일, 국가유산청에 매년 후원해온 ‘국가유산 지킴이’ 기부금이 누적 100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 기록입니다. 지난 2일 열린 ‘2025 문화유산 지킴이 후원협약식’에서는 국내외 문화유산 보호를 목적으로 8억 원을 추가 후원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가 국가유산청과 지난 2월 국외 환수에 성공한 국외소재 문화유산 ‘경복궁 선원전 편액’의 모습. 조선 왕실 유물인 ‘경복궁 선원전 편액’은 역대 왕들의 어진(초상화)을 봉인하고 의례를 지내던 선원전에 걸리는 현판이다./사진=라이엇게임즈 / 국가유산청

해외 문화재 환수까지 이어진 지원

라이엇게임즈의 후원은 단순 금전 지원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석가삼존도,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 책봉 죽책 등 국외 소재 문화유산의 환수 사업이 라이엇게임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문화재 조사, 복원, 전시까지 폭넓게 활용됐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라이엇게임즈의 대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해당 IP를 통해 발생한 수익 일부가 12년간 한국 문화유산 보호와 환수 사업에 사용됐다./사진=라이엇게임즈


CSR 넘어선 ‘정통성 확보’ 전략

겉으로는 사회공헌 활동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해석합니다. 게임과 e스포츠가 한국 문화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역사와 전통과의 접점을 강화해 ‘한국에 뿌리내린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입니다. 이는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게임 IP의 문화적 깊이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데브시스터즈도 합류…IP와 문화 결합

이 같은 흐름은 데브시스터즈에서도 나타납니다. 데브시스터즈는 국가유산청과 함께 12월 9일 ‘국가유산의 날’을 맞아 서울 덕수궁 돈덕전에서 특별전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를 개최합니다. 전통 궁궐 미학과 게임 세계관을 결합해 새로운 서사를 제시하는 시도입니다.

규제 환경 속 선택된 ‘문화유산’

업계는 이러한 행보가 최근 게임 산업의 경영 환경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청소년 보호 정책, 플랫폼 수수료 갈등 등 제도적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공공성과 사회적 기여를 강화하는 전략이 경영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입니다. 문화유산은 정치적 논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영역이라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데브시스터즈와 국가유산청이 12월 9일 ‘국가유산의 날’을 맞아 서울 덕수궁 돈덕전에서 특별전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를 개최한다./데브시스터즈 제공


서울 덕수궁 돈덕전 내부 전시 공간. 게임 IP와 한국 전통 건축·미학을 결합한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사진= 국가유산청 / 데브시스터즈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로컬리티

글로벌 소비자 취향 변화도 배경입니다. K-팝과 K-드라마, 웹툰 등 로컬리티 기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면서, 글로벌 게임 IP 역시 ‘이 세계관은 어디에서 출발했는가’라는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적 미학과 서사가 결합될수록 브랜드의 정통성과 세계관의 깊이가 강화됩니다.

게임사의 다음 행보는

업계 관계자는 “문화유산은 게임사가 책임 있는 문화기업 이미지를 쌓기에 가장 상징적인 분야”라며, “앞으로도 IP와 한국적 자산을 결합한 시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는 “게임이 단순 오락을 넘어 문화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라며, “이 같은 협업이 장기적으로 IP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