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에 밀렸던 '산업의 쌀' MLCC가 AI 서버 수요 폭발로 12배 넘는 공급난을 겪으며 D램에 이어 가격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진=삼성전기)반도체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HBM과 D램의 열기가 이제는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로 옮겨붙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인해 전력 안정성을 책임지는 핵심 부품인 MLCC 수요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글로벌 1위 기업인 일본의 무라타제작소가 가격 인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부품 시장에도 거대한 가격 상승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AI 서버 MLCC 탑재량 일반형의 12배, 무라타 "주문이 생산능력 2배"
MLCC는 전자기기 내부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가 필요로 하는 만큼 일정하게 공급하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AI 구동에 필수적인 GPU와 CPU는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고사양 MLCC의 중요성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일반 서버 한 대에는 약 2,000개의 MLCC가 들어가지만, AI 전용 서버에는 그 12배인 25,000여 개가 탑재됩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일본 무라타제작소의 나카지마 노리오 사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용 MLCC 주문 규모가 현재 자사 생산 능력의 약 2배에 달한다"고 밝히며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무라타는 다음 달 말까지 내부 검토를 거쳐 제품 가격 인상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AI 서버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38.7% 성장해 약 1,239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MLCC의 몸값은 더욱 가파르게 뛸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기 가동률 99% 육박, AI향 고압 제품으로 실적 퀀텀점프 예고
글로벌 MLCC 시장에서 무라타와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기 역시 이번 가격 인상 흐름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습니다. 삼성전기의 MLCC 라인은 현재 가동률 99%를 기록하며 사실상 '풀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공장을 쉴 새 없이 돌리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삼성전기의 가격 협상력은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습니다.
삼성전기는 단순 물량 공세를 넘어 수익성이 높은 하이엔드 제품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AI 서버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전압이 높아지는 특성에 맞춰 1kV 이상의 고압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고온·고용량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특수 MLCC 공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지난 컨퍼런스콜을 통해 "AI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고부가 제품을 적기에 출시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가격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전망입니다.
2030년 1200조 AI 인프라 시장, '부품 주권' 확보가 곧 경쟁력
AI 열풍이 하드웨어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MLCC는 이제 단순한 소모품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D램 가격 상승이 PC와 스마트폰 가격에 영향을 줬듯, MLCC의 가격 인상과 공급 부족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 구축 비용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이에 따라 TDK, 다이요유덴 등 주요 공급사들 사이에서도 가격 인상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 세계 테크 업계가 MLCC 수급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완성품 업체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쌀 가게'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기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전용 고사양 MLCC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리며 무서운 기세로 무라타를 추격 중입니다. 메모리 반도체가 열었던 AI 호황의 바통을 이제 MLCC가 이어받으며 부품 업계의 새로운 슈퍼 사이클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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