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GTC 2026에서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을 전격 공개하며, 2027년까지 1조 달러 규모로 팽창할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컴퓨터로, '베라 루빈' 플랫폼의 충격

엔비디아가 현지시간 16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 기조연설을 통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을 발표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전 세계 AI 컴퓨팅 인프라 규모가 2027년까지 최소 1조 달러(약 1,3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시장 전망치를 기존 대비 2배 이상 상향 조정하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개별 서버 단위를 넘어 데이터센터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통합했다는 점입니다. 젠슨 황 CEO는 AI 산업의 패러다임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완전히 넘어왔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폭발적인 연산량을 감당하기 위해 CPU, GPU, 네트워크를 단일 구조로 묶는 혁신적인 설계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최대 144개 GPU 결합 및 삼성 '그록' 칩 탑재로 성능 극대화

베라 루빈 플랫폼은 최대 144개의 GPU를 하나로 연결해 거대한 AI 슈퍼컴퓨터처럼 구동되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기존 방식이 여러 대의 서버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데 그쳤다면, 루빈은 시스템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데이터 처리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엔비디아는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되는 AI 추론 전용 칩 '그록(Groq)'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록 칩은 기존 AI 서버가 주로 사용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고속 정적램(SRAM)을 탑재해 데이터 처리 지연 시간을 획기적으로 낮췄습니다. 젠슨 황 CEO는 "그록 칩을 성공적으로 생산해 준 삼성에 감사한다"고 직접 언급하며 파트너십을 강조했습니다. 이 칩은 8개를 하나로 묶은 모듈 형태로 판매되며,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설치 시간 2시간으로 단축, 수냉식 냉각으로 전력 효율 확보

하드웨어의 진화만큼이나 운영 효율성의 개선도 눈부십니다. 엔비디아는 대규모 연산 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하기 위해 물(수냉) 기반 냉각 시스템을 표준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물론, 복잡했던 서버 구축 공정을 단순화했습니다. 기존에 약 2일이 걸리던 서버 설치 작업은 이제 단 2시간이면 완료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또한, 자체 CPU 라인업인 '베라 CPU'의 사업 확장도 공식화했습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사전 수요를 확보한 베라 CPU는 향후 수십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효자 품목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엔비디아는 이처럼 CPU와 GPU, 그리고 데이터 처리 장치(DPU)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의 경제성을 비약적으로 높였습니다.

우주 통신부터 2027년 로보택시 상용화까지 영토 확장

엔비디아의 AI 전략은 이제 지구 밖 우주와 도심 도로 위까지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GTC에서는 위성 데이터를 궤도상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스페이스-1' 컴퓨팅 모듈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는 위성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 분석하던 기존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우주 현지에서 즉각적인 지능형 분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지상에서는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냅니다. 젠슨 황 CEO는 현대자동차그룹, 비야디(BYD), 닛산 등과 협력해 202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와 공동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로봇 산업은 장기적으로 50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단순 반도체 기업을 넘어 거대한 AI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했음을 선언했습니다.

오픈AI 등 빅테크 협력 가속 및 한국 반도체 기업의 약진

글로벌 AI 업계의 리더들도 엔비디아의 새로운 인프라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베라 루빈은 우리가 AI의 지평을 넓히는 기반이 될 것이며, 수억 명에게 더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 역시 엔비디아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 평가하며 강력한 협업 의사를 밝혔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활약도 독보적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인 HBM4를 활용한 거대언어모델(LLM) 추론 효율화 기술을 시연하며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영진이 대거 현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공정 혁신 사례를 공유했으며, 네이버와 현대차 또한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