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AI 수요에 힘입어 3~5년 단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주문 취소 리스크를 해소하고 사업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했습니다.
AI 반도체 장기 계약 시대로 전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전통적인 거래 방식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짧게는 분기, 길어야 1년 단위로 이뤄지던 계약 관행이 AI 열풍을 타고 3~5년의 장기 계약(LTA·SCA) 체제로 급격히 전환되는 추세입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거두들은 최근 주요 고객사들과 다년 단위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과거 수요 변화에 따라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던 '오더컷(Order-cut)'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메모리가 단순한 소모성 부품을 넘어 기업의 '전략 자산'으로 격상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AI 서버용 D램과 고성능 SSD 수요가 폭증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자,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먼저 장기 계약을 제안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제조사와 고객사 간의 갑을 관계를 넘어선 파트너십의 강화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 5년 장기 계약으로 공급 과잉 리스크 차단
삼성전자는 이번 산업 구조 변화의 선봉에 서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주주총회를 통해 과거의 연 단위 거래에서 벗어나 주요 고객사들과 3~5년 단위의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이는 제품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의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삼성의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전 부회장은 다년 계획을 통해 수요 변동을 사전에 파악하면 투자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공급 과잉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같은 고성능 제품은 설계 단계부터 고객사와 밀접하게 협력해야 하므로 사실상 장기 계약이 필수적입니다. 삼성은 이를 통해 제조 역량과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결합하여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방침입니다.
마이크론, SCA 모델 도입으로 비즈니스 가시성 확보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를 통해 전략고객계약(SCA)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대형 고객사와 첫 5년 장기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SCA가 구체적인 커밋먼트를 포함한 견고한 합의이며, 이를 통해 비즈니스 가시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다수의 고객사와 추가적인 장기 계약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마이크론은 늘어나는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만 파워칩 퉁궈 공장 인수와 일본 히로시마 공장의 첨단 공정 전환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패키징 및 낸드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AI 메모리 공급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 확충은 장기 계약을 맺은 고객사들에게 안정적인 공급 확신을 주는 전략적 기반이 됩니다.
경기 민감주 탈피, 계약 기반 산업으로의 완벽한 재편
이번 장기 계약 열풍은 메모리 반도체가 '경기 민감 업종'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그동안 메모리 기업들은 수요가 꺾일 때마다 고객사의 주문 취소로 인한 재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습니다. 하지만 3~5년의 장기 계약이 확산되면 예측 가능한 경영이 가능해져 기업 가치(밸류에이션) 재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중장기 인프라 투자로 정착된 점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과 마이크론의 행보가 메모리 산업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합니다. AI 투자 사이클이 지속될수록 다년 계약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이는 곧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 안정성으로 직결될 것입니다. '오더컷'의 불안감을 지우고 장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메모리 거인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0 댓글